자율주행차 시장에서 레벨3 서비스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레벨4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최근 동향을 일컬어 ‘자율주행차 시장 개화 시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센서 퓨전(Sensor Fusion)’ 등 자율주행차 개화를 주도하고 있는 기술들이 주류로 부각되면서 기술 개발 움직임도 분주하다.
■레벨3 자율주행 양산차 봇물
완성차 업체들이 레벨3 자율주행차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레벨3 자율주행 기술(HDP : Highway Driving Pilot)을 탑재한 제네시스 G90 모델을 내년 상반기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HDP는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뗀 상태에서 자동으로 차간·차선 유지, 차로 변경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연내 개발과 인증을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소프트웨어 고도화’를 이유로 출시 일정을 조정했다.안정적인 레벨3 서비스를 위해 충분한 도로 테스트와 상황별 검증을 통해 더욱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동시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레벨3 자율주행 제한 속도를 시속 60㎞에서 80㎞로 상향하면서 안전성을 더욱 확보하기 위해 정밀 검증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 5월부터 ‘S클래스’와 전기차 ‘EQS’ 모델에 레벨3 자율주행 기능을 지원하는 ‘드라이브 파일럿 시스템’ 서비스를 시작했다. 드라이브 파일럿 시스템은 라이다 1개, 레이더 5개, 카메라 7개, 초음파 센서 12개 등과 HD맵까지 들어 있다.
이에 앞서 레벨3 자율주행차를 처음 판매한 곳은 일본의 ‘혼다모터스’다
혼다는 지난해 3월 ‘레전드’ 모델에 ‘트래픽 잼 파일럿’ 시스템을 탑재해 한정 판매한 바 있다.
혼다가 개발한 트래픽 잼 파일럿 시스템은 라이다 5개, 레이더 5개, 카메라 2개, HD맵 등을 조합해 레벨3 자율주행을 지원하고 있다. 혼다는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130만㎞의 고속도로 시험 주행과 1000만개의 가상 시험을 진행했다.
■자율주행 핵심 ‘센서’ 기술 진화
‘자율주행차 기술 경쟁은 곧 센서 경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율주행차가 레벨 단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센서 기술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운전자의 시각을 대체하는 센서가 다양한 도로 환경을 정확하게 감지해야 자율주행차에 대한 안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라이다(LiDAR)와 레이더(Radar), 카메라 방식을 동시에 활용하는 ‘센서 퓨전’이 주류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글로벌 자율주행차 상용화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새롭게 부상한 센서 퓨전 방식은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 중복 활용을 통해 단일 장비 탑재시 발생하는 단점을 상호 보완하고, 사물 인식 정확도와 주행 안전성을 크게 개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율주행차 센서 가운데 ‘라이다’는 구글 웨이모가 최초로 시범주행한 자율주행차에 탑재되면서 핵심 기술로 부상한 바 있다.
그러나 라이다만으로 운행되는 웨이모 모델의 경우 높은 가격과 무거운 중량이 대량 생산에 걸림돌로 작용되면서 양산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기도 했다. 또 라이다는 빛을 이용하다보니 악천후에서는 기능 저하가 우려된다.
레이더 센서는 라디오웨이브 파장을 이용해 물체에 반사하는 전파의 소요 시간과 주파수의 파장을 측정해 주변 사물과의 거리와 속도를 탐지한다. 전파를 이용하기 때문에 탐지 거리가 상대적으로 길고 야간이나 악천후, 물체와 관측자가 모두 움직이는 상태에서도 안정적으로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장점에도 불구하고 송신한 전파의 반사파가 없으면 물체를 발견할 수 없다는 점과 레이다 센서만으로는 복잡한 환경 속에 근거리 장애물 탐지성능을 구현하는데 한계가 있다.
카메라 방식은 휴대폰 카메라 기술방식(CMOS)이적용되면서 기술 개발이 용이하고, 대량생산 설비가 이미 구축돼 있어 제조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테슬라는 2022년 FSD베타 V9.0버전부터 기존의 레이더마저 없애고, 카메라 센서 8대와 인공지능(AI)만으로 운행한다고 발표할 정도로 카메라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장거리나 야간 주행을 할 경우 정확도가 떨어지고, 사물을 평면으로 인식해 안전상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자율주행차 업계는 이들 센서 3형제가 합쳐진 ‘센서 퓨전’ 방식을 주목하고 있다.
센서 퓨전은 다양한 객체의 형태와 색상을 인식할 수 있는 카메라의 섬세함에 물체와의 거리를 밀리미터 단위의 오차로 측정해낼 수 있는 라이다 및 레이더의 정밀함을 결합한 기술이다. 기존 단일 센서 솔루션 대비 더욱 정밀하게 주변 환경을 인식할 수 있다.
성지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레벨4를 상용화한 GM크루즈와 바이두RT6, 현대차, 구글 웨이모 등 테슬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가 센서 퓨전을 채택하고 있다”며 “차량 제원을 공개한 GM, 바이두, 현대차, 웨이모에 탑재된 평균 센서 수는 카메라 11대, 레이더 12대, 라이더 6대 등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과 5년 전 1대당 10만달러에 달했던 라이다 가격이 기술개발과 양산을 통해 올해 들어 최소 500달러까지 빠르게 하락하면서 센서 퓨전 확산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IT시장조사업체 SA에 따르면 라이다 대당 가격이 2020년 평균 729달러에서 2025년 355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센서 퓨전 기술 개발 활발
완성차 업계의 움직임과 라이다 가격 하락세는 센서 퓨전 기술 개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스트라드비젼과 뷰런테크놀로지는 센서 퓨전 기술 부문 협업을 통해 기존 대비 정밀도가 대폭 향상된 객체 인식 솔루션을 개발해 눈길을 끌었다.
양사의 협업은 스트라드비젼의 AI 카메라 인식 소프트웨어인 ‘SVNet’과 뷰런테크놀로지의 라이다 인지 솔루션 ‘View.One’을 통합하는 데 있다.
‘SVNet’은 최소한의 연산과 전력 소비만으로 딥러닝 기반 객체 인식 기능을 구현하는 초경량, 고효율 솔루션이고, ‘View.One’은 임베디드 환경에서 객체를 빠르게 인식하며, 시스템 안정성 및 호환성이 뛰어나다.
현대모비스도 ‘이미징 레이더’ 개발을 위해 미국 젠다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기존 레이더와 차별화된 차세대 레이더로 평가받는 ‘이미징 레이더’는 전방과 후방, 코너 등에 위치한 레이더에서 얻은 데이터를 중앙처리장치에서 통합 신호처리해 고해상도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각 레이더가 인식한 데이터를 개별적으로 처리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여러 개의 레이더 센서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통합 활용해 인식 정확도를 대폭 높일 수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술 동향에 대해 “일반적으로 자율주행에 사용되는 센서들은 고유한 특성을 지닌 탓에 각각의 장단점을 갖고 있다”며 “하나의 센서만으로 자율주행차량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을 만큼 도로교통 상황은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센서들의 융합’인 센서 퓨전이 자율주행차 센서 시장에서 최선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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