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열린 ‘제12회 차세대 방송∙미디어 기술 세미나’에서는 방송∙미디어 산업이 처한 현실과 향후 전망이 논의됐다.
[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국내 차세대 방송∙미디어 산업이 지나치게 UHD 화질에만 매몰돼 보다 미래 지향적인 산업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전파진흥협회(RAPA), 한국방송미디어공학회 주관으로 22일 열린 ‘제12회 차세대 방송∙미디어 기술 세미나’에서는 관련업계의 주요 인사가 참석해 현 방송∙미디어 산업이 처한 현실과 선결 과제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2017년 야심차게 추진한 지상파UHD 방송이 한자릿수대 직접수신율에 머물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음에 공감했다.
조삼모 SBS 부장은 “지상파UHD를 시작한지 6년째 접어들고 있지만 아무도 뒤를 따라오지 않아 의미 없는 세계 최초를 유지하고 있다”며 “미국은 우리보다 3년 늦게 시작했지만 올해 말 기준 국내 UHD 커버리지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상파UHD 자체를 대하는 전략에 있어 미국과 우리나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미국은 UHD뿐만 아닌 ‘차세대 지상파 방송(NextGen TV)’으로서 ATSC 3.0 서비스를 정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ATSC 3.0은 차세대 디지털 지상파방송 표준으로, UHD방송은 물론 모바일HD방송, IP를 기반으로 한 통신망과의 연동 서비스 등을 가능케 한다.
미국은 ATSC 3.0을 통해 채널 수 확대, HDR, 재난메시지 등 기존 서비스를 개선하는 한편, 선거후보자 광고 등의 지역 기반 광고, 중고 자동차 판매 광고 등 새로운 유형의 광고 시장을 창출해냈다.
이에 더해, OTT와 같은 IBB서비스, 원격교육, 방송과 통신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송이 추진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 부장은 “이름을 UHD로 하면서 수많은 혁신 서비스들이 UHD에 묻혀버렸다”며 “요즘에는 HD방송의 화질도 엄청나게 좋아져 해상도를 차별화 포인트로 제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도 화질에 국한되지 말고 다른 혁신성에 집중해야 한다”며 “미국은 방송사가 ISP가 될 수 있을 정도로 데이터 서비스가 가능하며 방송사의 스펙트럼을 통신사에 빌려줄 수 있는 사업도 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성기현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강조하는 ‘넥스젠TV’는 UHD에 대한 얘기는 별로 없는 ‘브로드캐스트 인터넷’의 개념”이라며 “ATSC 3.0이 게임체인저로까지 평가받는 데 반해 우리나라에선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라고 평가했다.
성 교수는 지상파UHD가 부진한 이유로 지상파 재송신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카타르 월드컵을 지상파UHD로 시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분들이 몇 명이나 될까”라며 “지상파 재전송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부족한 UHD콘텐츠를 해결함과 동시에 시장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인데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정부, 지상파방송사, 유료방송사 등이 모두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영우 KBS 부장은 지상파UHD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 속에서도 여전히 지상파UHD의 잠재력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지상파UHD는 고화질 위주로 얘기가 돼 왔지만 고화질이 전부는 아니”라며 “재난방송, HDR, 다채널서비스 등 이미 많은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방송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 부장은 “요즘 10대, 20대는 TV가 아닌 유튜브를 보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의 미래가 어둡다고 하는데 콘텐츠 퀄리티에 있어 방송사를 따라올 수는 없기 때문에 이는 충분히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며 “이밖에 타겟광고,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초정밀 내비게이션 등 방송망만이 할 수 있는 부가서비스가 많이 남아있어 미래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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