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신문=최아름기자]
자율주행차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로봇 시장이 거대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세계 5위권의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대한민국에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엔비디아 등 글로벌 공룡들에 의한 국내외 시장 선점을 막기 위해, 법제도 완화를 통한 국내 기업들의 빠른 시장 진입과 이를 통한 데이터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경제 블록화‧구인난으로 시장 급성장
자율주행로봇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34.3% 성장세를 보이며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에 따른 경제 블록화는 원청과 하도급의 분리, 구인난 및 공급망 이슈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생산 현장에서 인력을 줄이고 로봇을 늘리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야기하고 있다. 또한 선진국 고령화 추세와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소비확산 추세, 자율주행 기술 발전 및 로봇 가격의 지속 하락은 이러한 추세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발표를 통해 2만달러(2700만원) 정도로 자율주행 로봇 1대를 생산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10월 1일 열린 '2022 테슬라 AI 데이' 행사에서 일론머스트 테슬라 CEO가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선보이고 있다.
■테슬라, 자율주행 기술‧데이터 기반 ‘질주’
현재 세계 시장에서 로봇으로 가장 주목할 만한 기업은 테슬라와 엔비디아다.
먼저 테슬라가 개발 중인 로봇 ‘옵티머스’는 엣지 컴퓨팅을 통해 1초에 110경번 연산이 가능한 휴머노이드 2족 보행 로봇이다. 5개 손가락마다 금속 힘줄과 스프링, 개별 액츄에이터를 장착해 작고 얇고 섬세한 물체도 집을 수 있는 11자유도(DoF)를 구현한다.
테슬라는 ‘자동차 이후는 로봇이 될 것’임을 여러 채널을 통해 천명하고 있다. ‘신경’과 ‘뇌’가 완성되면 자율주행차는 ‘바퀴 달린 로봇’이 될 것이고, 기계 부문은 얼마든지 변환이 가능하기에 로봇 산업이 자동차 산업을 아우르는 형국이 된다는 의미다.
지난 10월 열린 2022년 AI 데이에서 테슬라는 내년까지 로봇에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 장착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카메라를 통해 촬영한 2차원 픽셀에 볼륨을 입혀 3차원으로 만드는 기술도 소개했다.
또한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통한 테슬라의 위성통신 서비스는 도심의 빌딩 난반사나 비굴절성 등 지상통신의 한계를 극복하며 여타 기업들과 기술 격차를 벌릴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기업은 엔비디아다. 엔비디아의 강점은 엣지부터 엄청난 규모의 병렬 연산 처리가 가능한 슈퍼컴퓨터까지 아우르는 단대단(E2E) 솔루션 제공 플랫폼이다.
엔비디아는 지멘스와의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엑셀러에이터를 확보, 기존 그래픽카드(GPU), 중앙처리장치(CPU) 등을 통한 AI 역량에,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비게이션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 어플리케이션 등 대부분의 영역을 커버하고 있으며, 물리세계 학습
플랫폼까지 구비하고 있다. 이에 로봇 기업들은 두뇌에 해당하는 AI부터 부가기능까지 자사에 부족한 기능을 ‘채워넣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로봇업체들의 엔비디아 의존도는 점점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톤다이나믹스의 자율주행 로봇.
■국내 대기업 진출 준비 ‘착착’
국내 대기업들의 로봇 생태계 진입도 본격화된 상태다.
먼저 지난해 본격적인 로봇산업 진출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올초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 2022에서 ’봇핸디‘, ’봇아이‘와 함께 AI가 메타버스 공간과 물리세계를 넘나드는 모습을 보여줬다.
LG그룹은 ‘클로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안내로봇, 홈로봇, 셰프봇, 살균봇 등 다양한 로봇을 이미 판매하고 있다. 전자의 모터와 인버터, 이노텍의 센서, 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CNS의 클라우드와 AI, 유프러스의 통신서비스 등 다양한 로봇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보사노바 로보틱스 등 미국 유수의 로봇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도 맺었다.
지난해 현대차는 현존 최고의 로봇 하드웨어 기업인 보스톤다이나믹스 인수를 통해 글로벌 자동차기업 중 가장 압도적인 로봇 운영 능력을 확보했다. 현재 싱가폴에 스마트팩토리를 구축 중이며 ‘로보틱스랩’을 통해 다양한 이동형 로봇을 선보이고 있다.
네이버랩스는 클라우드 로보틱스 최강자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로봇 친화형 건물인 ‘네이버 1784’ 신축을 통해 초저지연 통신화 환경을 조성하고, 로봇과 환경, 인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로봇이 논스톱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네이버 1784는 로봇의 층간 이동을 위해 엘리베이터, 각 호실 문과 연결돼 있으며, 현재 사옥 내 50여대가 운영 중이다. 실내 배송 로봇은 장애믈 회피 같은 기본 기능만 탑재하고 매핑과 측위, 경로 추정 등 주요 기능은 클라우드로 연결된 로봇 외부에서 분산 처리하는 브레인리스 로봇 컨셉이다. 매핑 로봇이 현실 공간을 가상세계에 구현하고, 보급형 로봇을 통해 이를 실시간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네이버랩스의 복안이다.
서울시와 로봇 물류 실증 사업을 추진 중인 로보티즈의 '집개미'가 메리어트 호텔에서 운행 시연을 하고 있다.
■국내 보도 주행 ‘위법’…개정 시급
하지만 국내 자율주행 로봇 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있어 가장 큰 장벽은 ‘데이터 부족’이다. 실제 주행 및 이동을 통해 데이터가 누적되며 로봇이 고도화되기 위해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현재 자율주행 로봇의 보도 통행이 금지돼 있어 실증 데이터 확보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더군다나 자율주행 로봇은 자동차와 달리
이동 공간이 도로 등으로 특정되지 않기에, 정형화된 인도뿐 아니라 골목길, 내리막길 등의 변수까지 처리하기 위해서는 실제 주행 경험이 필수적이다.
현재 테슬라의 경우 자율주행차가 판매되고 있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북미, 유럽, 중국, 일본 등 50개 국가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로봇 학습에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자율주행 로봇의 보도 통행 허용, 인증체계 마련 등 관련법 개정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러한 업계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지능형로봇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서는 실외이동 로봇으로 자율주행 로봇을 명명하고, 실외이동로봇 운행 안전인증제도를 도입해, 산업통상자원부장관 고시로 만들고, 인증기관은 정부가 지정하도록 했다.
속도는 현행법상 보도 통행 전동 휠체어,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의 기준을 준용해 최대 15㎞/h, 허용폭은 0.8m 수준으로 규정했다.
■“정부의 신속 판단‧지원 중요한 시점”
법안 개정 외에도 산업 진흥을 위해서는 골든타임 사수를 위한 신속하고 적극적인 전방위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근 열린 자율주행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간담회에서 곽관웅 세종대 기계항공우주공학부 교수는 "원천 기술이 한 번 개발되면 정부 지원도 관심도 다 끊기는데, 제품 상용화는 실증부터가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자율주행 배송 로봇 ‘뉴비’를 개발한 뉴빌리티의 이상민 대표는 운행 인증과 관련해 "수십개에 달하는 주행 환경별로 개별 인증을 받는 것은 작은 회사에게는 또 다른 진입장벽"이라며, 이에 대한 간소화와 규제샌드박스 기업의 패스트트랙 통과 등을 건의했다.
이와 함께 국내 인증 시 해외 교류 협력 네트워크 구성을 통해 해외 라이선스를 획득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서울시와 로봇 물류 실증 사업을 추진 중인 로보티즈의 김병수 대표는 "주무부처인 산업부에서 힘을 쓰더라도 경찰청 등 부처별 협의로 들어가면 미궁에 빠지고 협의에 너무 오래 걸린다"며 정부의 빠른 판단과 추진을 요청했다.
이상호 KT AI로봇사업단장은 "현대차가 포니를 만들 40년 전 당시, 안전 규정이 없이 개발을 시작해 지금 글로벌 탑5 기업이 됐다"며 "서비스 로봇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 순차적으로 전개해나가면 내수형 사업에 머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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