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사용자 의도까지 파악하는 네트워크 자동화
IBN은 기존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수동적 프로세스를 대체하기 위해 제시된 개념이며, 사용자 의도에 기반해 네트워크 구성과 관리·제어를 자동화한다. 이를 위해 높은 수준의 AI를 네트워크와 융합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 따르면, 최근 5세대 이동통신(5G)과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DN), 네트워크 기능 가상화(NFV), 클라우드컴퓨팅 등 첨단 통신 기술을 결합한 유무선 인터넷·클라우드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기존 관리·제어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으나, 최근 고도화된 AI로 다양한 기술이 얽힌 첨단 네트워크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 AI의 발달로 말미암아 사용자 의도까지 파악하고 반영하는 첨단 네트워크 자동화의 실현이 가시권 내로 들어온 것이다.
IBN은 네트워크에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사용자의 의도를 해석해 요구사항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네트워크의 유지·관리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전통적인 네트워크 엔지니어링 대비 위협 탐지·대응 효율도 향상할 수 있다. 따라서 IBN은 점차 완전 자율 네트워크 형태로 발전해나가는 차세대 네트워크의 요소 기술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통신장비 기업 시스코에 따르면, 현재 기업 네트워크 관리자가 겪는 주된 어려움 중 하나로 네트워크 운영·관리 비용 문제가 꼽히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 업무 환경이 확산하면서 데이터·통신 수요가 급증한 탓에 네트워크 인프라 유지 비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에 조만간 IT 설비를 수작업으로 관리·운영할 수 없게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그러나, 아직 전체 네트워크 변경 작업 중 최대 95%가 여전히 수동으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네트워크 도입 비용보다 관리 비용이 2~3배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디지털 전환과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에 대응하려는 기업은 네트워크 자동화 체계를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통신단체, IBN 표준화 움직임
이처럼 IBN이 주목받고 있는 최근 시장 동향을 반영해, 전 세계 ICT 학계 및 연구기관은 IBN 요소 기술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국제이동통신표준화협력기구(3GPP)와 유럽전기통신표준화기구(ETSI), 국제전기통신연합 통신부문(ITU-T) 등에서는 이미 네트워크 자동화 규격 개발과 표준 선점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국제인터넷표준화기구(IETF)도 IBN에 관해 본격적인 논의를 개진하기 시작했다. IBN 용어와 개념, 기본 구조를 제시하는 ‘RFC 9315’ 표준 문서를 지난달에 발표한 것은 IBN 표준화 시도의 일환이다.
인텐트 기반 네트워킹 4대 요건. [자료=가트너]
한편 IT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ICT 업계는 IBN이 △변환과 검증 △자동 수행 △상황 인식 △동적 최적화의 4가지를 만족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변환과 검증’은 네트워크 관리자의 의도를 정책(Policy)으로 바꾸고, 실제 실행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함을, ‘자동 수행’은 네트워크를 특정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모든 기능에 관리자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동으로 네트워크 관련 작업을 수행해야 함을 의미한다.
아울러, ‘상황 인식’은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련 데이터의 수집을 통해 네트워크를 특정 상태로 유지하는 것을, ‘동적 최적화’는 의도한 대로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최적의 방법을 판단·조정하고 자동으로 실행하는 것을 일컫는다.
따라서, IBN은 의사결정권자로부터 지시를 내려받아 해석하는 AI 알고리즘과 네트워크 상태·환경을 구성·제어하는 엔진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여기에 하부 네트워크에 위치하는 스위치, 라우터, 컨트롤러 등 장비와 이들 간에 데이터를 주고받기 위한 인터페이스를 마련해야 한다.
AI 내재화하는 차세대 통신
네트워크 자동화 등 AI에 기반하는 기술은 6세대 이동통신(6G)의 핵심 요소 기술로도 논의된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를 포함한 국내외 ICT 협·단체 및 업계는 6G가 네트워크 전 기능에 AI 기반 기술을 적용하고, 그 설계부터 AI를 반영하는 구조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2020년을 전후해 이동통신사업자와 글로벌 통신장비 제조·공급사가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6G 연구 보고서 등을 살펴봐도, AI의 네트워크 내재화와 단말-네트워크 간 협업을 지원하는 AI는 6G 핵심 요소 기술로 제시되고 있다.
지난 4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통신학회가 공동 개최한 ‘6G 기술 및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포럼’에서도 AI는 단골 소재로 언급됐다. 김동인 성균관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5G에서 해결하지 못한 지연 문제를 6G에 이르러 AI 기반 통신 기술로 풀게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존 5G 기술이 갖는 통신 체계가 (6G에서는) 대거 AI 기반 기술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6G의 기반이 되는 AI 내재 네트워크의 개발은 6G를 위한 특화 AI의 개발과 AI를 융합할 수 있는 통신 시스템의 개발로 나뉜다. 특히, 통신 시스템은 자율주행차량, 지능형 로봇 등 6G의 주된 응용처에서 AI-네트워크 융합 서비스가 원활히 구동되도록 고도화돼야 한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해 AI 융합 무선 신호 전송 기술을 지원하는 안테나의 개발 동향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이전까지는 송신단과 수신단만 최적화했다면, 6G에서는 무선 채널 구간 자체를 AI로 엔지니어링 해 획기적인 전송 속도와 저지연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미래 ICT 역량의 핵심으로 부상
시스코와 주니퍼네트웍스 등 글로벌 기업을 포함해 전 세계 통신장비·서비스 생태계를 구성하는 국내외 기업들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네트워크 관리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자 신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관리자·사용자의 의도를 읽고 이를 네트워크 정책에 반영하며, 통신 서비스가 의도한 대로 작동하는지를 스스로 검증하는 AI 기반 네트워크 자동화 기술을 개발 중이다.
국내에서는 이동통신사가 AI 융합 통신 기술 R&D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9월 13일 LG유플러스는 AI 기반 네트워크 자동화 장비인 ‘네트워크 데이터 분석 기능(NWDAF)’을 통해 장애인지-자동 조치 기술을 실증했다고 밝힌 바 있다. NWDAF는 이동통신 국제 표준화 기구인 3GPP가 표준기술로 정의한 차세대 네트워크 장비로, 네트워크 운영 중에 발생하는 정보를 수집해 AI 모델을 만들고, 이 모델을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실시간으로 제어한다.
같은 달 15일에는 SK텔레콤이 상용망 기지국에서 AI 기반 무선망 적응 기술을 검증, 이동통신 네트워크 전 영역을 첨단화·지능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에릭슨과 협력해 검증한 이 기술은 기지국의 전파가 닿는 범위인 셀(Cell)과 인접 셀의 상호 전파 간섭효과를 파악하고, 사용자 단말기의 무선 환경 정보를 조합해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인다. 주변 기지국의 무선 자원 활용 정보를 기반으로 목표 품질을 상황에 맞게 동적으로 변화시키면 스마트폰 단말이 기지국 범위 안에서 실시간으로 최대 성능을 낼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들이 AI 기반 무선망 적응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통신장비를 공급하는 삼성전자는 ‘6G 백서’, ‘6G 주파수 백서’를 발간하고 ‘6G 포럼’, ‘AI 포럼을’ 개최하며 AI가 내재화된 6G의 요소 기술 R&D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AI를 통해 기지국의 전력 소모를 줄이는 기술, 통신 단말기 속의 전력증폭기의 비선형성으로 인해 왜곡된 신호를 기지국이 스스로 보상해 성능을 높이는 수신기 기술 등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6G 핵심 후보 기술. [자료=삼성전자]
이처럼, AI는 ICT의 응용처로만이 아니라, 요소 기술로써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ICT 생태계가 IBN과 6G 등 차세대 기술을 선점하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AI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연구와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신명기 TTA 이동통신네트워크 프로젝트그룹 의장은 최근 발간한 ‘5G에서 6G로: 아키텍처 진화’ 보고서를 통해 “전통적인 이동통신 산업을 넘어서 6G 융복합 기반의 새로운 버티컬 산업이 향후 통신 시장의 주요 고객 및 핵심 서비스로 자리 잡게 될 전망”이라며 “이에 맞춰 네트워크 분야의 과감한 투자와 R&D, 표준화가 함께 선행돼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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