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TV의 보급은 꾸준히 늘어나 대중화에 성공했다. [사진=LG전자]
[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길 잃은 지상파UHD, 활성화 해법은?]
2017년 5월31일 세계 최초로 시작된 지상파UHD 방송이 5년여의 시간을 지나왔다.
‘꿈의 방송’이라 불리며 야심차게 전파를 쏘아올린 지상파UHD이지만,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지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2021년 기준 지상파UHD의 직접수신율은 2.2%로, 도입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급변한 미디어 환경, 지상파 ‘수난시대’
UHD방송은 HD방송 대비 4배 선명한 화질에 입체적 음향을 제공하는 ‘실감미디어’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정보통신공사업법 시행령에 따른 ‘공사의 종류’에 방송 설비공사가 포함돼 있다. 2017년 지상파UHD 상용화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도 ‘지상파UHD 방송 수신가이드’를 통해 관련 문의처로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를 명시하는 등 공사업계에서도 많은 일감이 창출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적극적인 투자 확대에 나서야 할 지상파 방송사들이 몸을 사리며 지상파UHD 시장은 급격하게 위축되고 말았다.
근본적으로, ‘보는 사람이 없다’는 문제가 지적된다. 이미 대다수 가구가 IPTV 등 통신사가 주도하는 유료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상황으로, 지상파UHD를 직접수신해서 보는 가구가 현저히 적다.
방송 초기에는 UHD 화질을 구현할 수 있는 TV의 보급이 아직 저조하다는 이유를 들 수 있었지만 수년간 UHDTV의 보급은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린 반면, 지상파UHD의 직접수신율은 이와 반대되는 추세를 보였다. TV가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이다.
전문가들은 방송시장 자체의 변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UHD 이전에 지상파 방송 자체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다는 지적이다.
IPTV는 이미 지상파의 몇 배에 달하는 채널을 확보함은 물론 IP 기반 서비스와의 결합도 활발하다. 최근에는 거대 글로벌 OTT(Over-the-top)를 국내에 서비스하는 창구 역할도 하며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모바일 영상 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것 또한 지상파 방송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는데, 이 때 사용자들은 지상파 콘텐츠가 아닌 유튜브나 OTT 등을 주로 시청하고 있다.
결국, 지상파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UHD방송에 대한 투자 요인이 힘을 잃었다는 결론이다.
2021년 지상파 3사의 UHD 콘텐츠 편성 비율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시한 최소 편성 비율인 20%을 간신히 충족하고 있는 수준이다. 이마저도 UHD로 전환한 리마스터링 콘텐츠를 편성하지 않으면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UHD방송공동수신설비 구조. [자료=UHD코리아]
■공동주택 시장 “아직 희망있다”
전문가들은 가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동주택에서 UHD방송 수신율을 끌어올릴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즉, 현재 시청자가 의도적으로 UHD 방송수신을 위해 안테나를 설치하는 번거로움을 들일 필요없이 벽면 단자에 케이블만 연결하면 UHD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공동주택에서 UHD방송을 수신하려면 UHD방송공동수신설비가 필요하다.
방송공동수신설비는 2010년대 초 고시를 통해 댁내까지 광케이블이 들어가게 되면서 헤드엔드(Head-end)에 UHD방송용 신호처리기만 추가하면 UHD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UHD방송 초기에는 이 설비가 상용화되지 않아 IF형 신호처리기와 레벨조정기를 임시로 사용했지만 현재 UHD신호처리기로 형식 승인을 받은 제품 5종이 출시된 상황이다.
2020년 발표된 ‘UHD방송의 방송공동수신설비 현황 조사(김영철 ICT폴리텍대학 교수)’에 따르면, 약 380개의 아파트 단지가 UHD방송공동수신설비를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 아파트 단지의 약 2.3% 정도의 보급률인 것으로 파악된다.
2018년부터 공동주택 UHD신호처리기 보급사업을 추진한 바 있는 지상파 방송 연합체 UHD코리아는 사업이 완료된 단지로부터의 호응이 컸다는 후문이다.
즉, 아직 걸음마 수준인 공동주택 UHD 수신 인프라가 본궤도에 오르면 자연히 UHD 직접수신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한 대목이다. 이는 정보통신공사업계의 먹거리 창출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투자 재원이다. 현재 공동주택에 UHD방송공동수신설비를 설치하기 위해선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등을 통해 주민의 동의를 얻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는 시간이 걸릴뿐만 아니라, 단지마다 확보된 예산에 대한 편차가 커 추진 동력이 힘을 잃을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타 통신인프라 대비 월등한 망 생존성과 최근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재난안전 수요에 대응해 UHD방송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ATSC 3.0을 기반으로 한 UHD방송은 각종 융합 서비스가 가능하다. [사진=ETRI]
■불통 없는 융합망 ‘관심집중’
아무리 유료방송이 대세라고 해도 무료보편적 서비스로서 지상파 방송의 가치를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
특히, 최근 불거진 통신망 불통 사태 등과 비교해 방송망의 생존성이 월등하게 높다는 점을 바탕으로 IP 서비스와 결합이 가능한 지상파UHD의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현재 지상파UHD는 ATSC3.0 방식을 기반으로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가능하다.
예로, KBS는 IBB(Integrated Broadcast Broadband)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 시작 페이지는 UHD방송망을 통해, 사용자가 선택한 서비스는 통신망을 통해 전송하는 방식이다. 이를 기반으로 시청자는 리모컨 조작만으로 원하는 맞춤 서비스를 시청할 수 있다. 재난방송, 보이는 라디오, 누리호 발사, 각종 스포츠 이벤트 등이 IBB 기반으로 제공된 바 있다.
UHD방송은 장기적으로 5G 이동통신과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할 것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직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5G망을 UHD방송망이 커버할 수 있다. 반대로 실내나 지하에서 수신이 힘든 방송신호는 5G의 도움을 받아 끊김없는 시청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UHD방송을 이통망의 트래픽 급증 시 대체 우회로로 활용하는 방법도 유력하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측면에서의 방송통신 융합기술을 적극 추진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지상파UHD만의 특성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미 시청자들에게 익숙해진 유료방송을 따라 엇비슷한 서비스에 치중할 경우 경쟁력은 갖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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